한국 사회의 현재적 특징 가운데 가장 두드러지는 무엇을 꼽으라면 아마도 '비동시성의 동시성(the contemporaneity of the uncontemporary)'이 아닐까 싶다. 한국 사회는 민속지 그 자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전근대, 근대, 탈근대의 특성이 자연스럽게 공존하고 있다. '비동시성의 동시성', 얼핏 어려운 얘기일 수 있다. 개념을 좀 구체화하기 위해서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을 나눠서 상상을 구체화해보자.
예컨대 사적 영역에선 이런 것일 테다. 별다방에서 카라멜마끼야또 한 잔을 테이크아웃하여 20층 높이의 복합 콤플렉스로 출근한다. 점심은 부장님의 의견을 따라 굽이굽이 피맛길을 돌아 연탄구이를 먹는다. 그리고 저녁에는 지역 모임에 참여한다. 어떤가, 있음직한 일상처럼 읽히시나. 하루에는 전혀 다른 몇 개의 시간대가 엉켜있지만 개인들은 아무런 지체함 없이 천연덕스럽게 그 사이를 횡단해 다닌다.(아니 다녀야 한다.) 기특하다고 해야 할까 아님 억척스럽다고 해야 할까.
그런데 문제는 이 개념이 공적 영역으로 옮겨지면 복잡해진다. 세계 최고의 과학적 합리성과 경제적 효율성을 자랑하는 삼성전자는 전근대적인 세습을 통해 경영권을 유지해 간다. 어떤가, 무슨 얘길 하려는지 느낌이 오시는가. '비동시성의 동시성'은 사적인 차원에서 취향의 잡종화, 욕망의 중층화 따위와 연관을 맺지만 공적인 차원으로 넘어오는 순간 모순적 제도 혹은 상식의 억압이 된다.
‘ 비동시성의 동시성’이라는 개념이 있다. 독일의 철학자 에른스트 블로흐가 1930년대 독일 사회를 규정하기 위해 사용한 개념으로, 다른 시대에 존재하는 사회적 요소들이 같은 시대에 공존하는 현상을 말한다. 해석에 차이는 있지만 많은 학자들이 한국 사회의 특징을 비동시성의 동시성으로 설명한다. 전근대, 근대, 탈근대의 특징이 공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 최고의 과학적 합리성과 경제적 효율성을 자랑하는 삼성전자가 전근대적인 세습을 통해 경영권을 유지하는 현상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될 수 있다.
한국 사회에서 과거의 것이 현재의 것, 그리고 미래의 것과 공존하는 현상을 더 자세히 살펴보면 과거의 것이 단순히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재생산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전근대적이고 비합리적인 제도와 관행이 특정 세력에 의해 재생산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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