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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살지 않는 집에 대해서 임대소득세를 안 내는 나라가 어디에 있나. 선진국 중엔 없다. 우리는 임대소득세 대신 다주택 양도세를 중과세했다. 그런데 임대소득세는 가려놓고 '이렇게 세금 많이 떼는 곳이 어디 있냐'고 한다.
나는 그러니 '좋다, 다주택자 양도세 없애자. 대신 임대소득세를 매기자'고 주장한다.
프레시안 : 보유세를 높이고 거래세 비율을 낮추자, 임대소득세를 높이고 양도소득세를 낮추자고 주장한다. 둘 다 현실적으로 녹록치 않은 이야기다.
김수현 : 전면등록제로 가는 대신 10년 동안은 임대소득세를 안 내도록 해주자. 아니면 고가 주택에서만 세를 받는 식으로 하자. 충분히 연착륙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임대소득세를 걷는 건 세수 목적이 아니라 임대차 시장을 근대화하기 위한 정책이다.
어려운 점이 있다면, 임대사업자 상당수가 노인들이란 점이다. 이들은 대부분 건강보험을 자식에게 얹어 놓는다. 그런데 임대사업자가 되는 순간 본인이 사업자가 된다. 임대소득세가 아니라 4대 보험을 다 내야 한다는 점이 무섭다. 하지만 그래야 투명사회가 된다.
보유세가 늘어나는 만큼 거래세는 낮춰야 한다. 부동산에서 걷는 세금 총액을 높이는 건 곤란하다. 우리나라는 부동산세가 적은 나라가 아니다. 둘을 합하면 OECD 4위다. 국민들이 실제 부담하고 있는 부동산 관련 세금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보유세를 세수 확대 목적으로 걷으면 당장 '서민들에게 더 받아서 하자는 거냐'라는 이야기가 나올 것이다. 세수 목적이 아니라 '세제 구조의 정상화'라고 해야 한다.
우리나라 주택 소유자의 60%가 최저세율을 적용받고 있다. 재산세 최저세율이 0.1%다. 명목 세율이다. 실효 세율은 0.05%다.
이들 세율을 0.5%까지 올리면 10배가 오르는 것이다. 이걸 한번에 실행하면 나라가 뒤집어 진다. 보유세를 올리되 천천히 하고, 다른 세금을 깎는 패키지로 가야 한다.
프레시안 : 재개발로 밀려나는 사람은 어떻게 하자는 건가.
김수현 : 뉴타운 구역에 2층 주택짜리 집들이 모여 있는데 용적률이 200%다. 가구 수가 터져 나간다. 거기에 반지하와 옥탑방을 금지시켜버리면, 현재 주택의 상당수가 사라진다. 인간다운 주거에서 보면 우리 철거 재개발 방식이 안 된다는 공동의 합의가 있지만, 햇볕도 안 들고 주차도 할 수 없는 곳을 그대로 둘 순 없는 거 아닌가. 그럼 불가피하게 주택 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김수현 : 서울의 구시가지를 개선하는 건 불가피하다. 안 하면 슬럼화된다. 뉴타운은 짧은 시간에 돈을 안 들이고 추진한 게 문제였다. 20년에 걸쳐 고친다고 생각해야 한다. 선진국 도시들이 그런 식의 투자를 통해 주거환경을 개선했다. 그리고 어차피 기존 도시 밀도에서 보더라도 서울 내에 현 인구를 다 수용하는 건 어렵다. 그래서 도시 외곽에 공공임대 주택을 더 공급해 그곳에 사람들을 입주시켜야 한다. 나가야 할 사람들은 표준적 가구형태를 띤 사람들이다. 이들은 아파트 단지로 형성된 곳으로 가고, 기존 시가지를 재개발한 곳은 1, 2인 가구로 가는 식으로 역할 분담을 해야 한다.
프레시안 : 돈 없는 사람만 나가라는 거 아닌가.
김수현 : '주택공급 더 하면 안 된다. 토건세력에 놀아나는 길이다'는 주장을 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면 재개발 지역에서 서민들이 어떤 주거수준으로 살아가는지 좀 보라고 얘기하고 싶다. 아직 저렴한 주택의 공급은 지속적으로 10년은 더 해야 한다. 판교, 송파…. 물론 시행과정에서 잘했니 못 했니 이야기는 있을 수 있지만 불가피했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자가주택 소유가 높은 게 오히려 위험하다고 했다. 계속 임대주택에서 살라는 말인가?
김수현 : 내 집 마련을 뒷받침해주려면 안정적 직장과 높은 취업률이 보장돼야 한다. 한국 현실을 보라. 불가능한 얘기다. 현재 우리의 자가소유율이 각종 통계를 종합해 보면 61% 수준이다. 일본과 비슷하다. 일본은 30년째 같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한국도 더 이상 늘어날 가능성이 별로 없다. 젊은 세대는 집을 갖기 어렵다.
솔직해지자. '남의 집에 살더라도 편하게 살게 합시다'는 정치적으로 인기 없는 말이지만 그렇게 해야 한다. 공공임대주택 역시 마찬가지다. 정부가 아무리 열심히 공급해도 민간임대주택을 넘어서는 수준으로는 못 짓는다. 왜? 민간주택이 너무 많다. 공공임대주택을 짓느라 이들을 놀릴 수 없다. 일본의 공공주택 비율이 7% 수준인데, 우리는 멀게 봐서 10%를 목표로 하면 되지 않겠나. 사실 10%를 넘는 나라도 별로 없다. 목표를 굉장히 멀리 잡은 것이다.
진보정당이 말하는 공공임대주택 비율은 현실적으로 실현가능성이 너무 낮다. 진보 주택 운동가가 더 과감하게 말할 순 있겠지만, 진보집권 플랜을 짠다면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
프레시안 : 자가주택과 공공임대주택, 민간임대주택이 공존하는 모델이 필요하다?
김수현 : 현 주택시장 구조를 그대로 내버려 두면 일본의 경우와 가까워질 것이다. 일본이 바람직한 시장인가. 아니다. 일본의 젊은이들은, 노골적으로 말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부모가 죽기만 기다리고 있다. 노인들은 자가 보유율이 70~80%에 달하지만 젊은이들은 온통 셋방에서 산다. 그러다보니 주택시장이 죽어간다.
그렇다면 젊은이들을 위해 무리해서 자가소유율을 늘린다면 어떤 상황이 올까. 지금 스페인, 그리스, 이탈리아 등이 OECD 평균보다 자가소유율이 더 높은 나라들이다. 다 경제위기를 겪고 있다. 미국, 영국처럼 주택으로 경기부양을 하다 이렇게 됐다. 결국 우리는 자가 쪽으로 쏠려도 안 되고, 공공임대는 가고 싶지만 갈 수가 없다. 우리식 틀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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